총,균,쇠

독서 소감 2009. 9. 4. 14:12

올해들어 읽은 여러 권의 책 중, 가장 유익하고 흥미있었던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직장 동료의 책장에 꽂혀있는 이 책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아 재목이 뭔가 있어보인다!'
였습니다. 딱 보기에도 만만치 않은 두께의 책은 세계사와 관계된 내용 같았고, 유익한 내용이라는 평가가 여기 저기에서 보여 흥미가 생겨 구입을 했습니다.

이 책의 주제는 다음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선진국인 유럽이나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할 수 있고, 아프리카, 중남미와 같은 나라들은 과거나 최근까지도 지배를 받는 나라가 많았는지, 또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서구 열강이 과학기술을 발전 시킬 동안 뭘 하고 있다가 피지배 민족으로 전락해버리는지... 이런 인류 문명의 불평등은 책이나 학교 역사시간이나 신문 같은 것에서 숱하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은연 중에 인종간의 차이를 생각합니다.
유전적인 차이로 백인이 유색인종 보다 똑똑하다. 진화의 한 과정으로 우월한 민족이 열등한 민족을 대체하는 것이다. 이런 인종간의 생리학적 차이가 현재의 문명 불평등 상황에 대한 이유라고 하는 인식이 많지만 (솔직히 저의 경우에도 이 책을 읽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 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위의 명제, '환경의 문제가 어떻게 문명의 불평등을 낳았는지' 에 대한 추론과 근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몇 가지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후와 식생의 차이 때문에 최초로 농경이 발생한 지역이 달라지고, 특히 농경에 최적의 조건을 가진 유라시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 를 중심으로 문명이 싺트기 시작했으며,
다른 대륙의 경우 작물화에 적합한 식물 자원이 유라시아에 비해 비 효율적이거나 종류가 적고, 환경의 문제 때문에 농경의 시작이 안되거나 늦을 수 밖에 없었다는 점.

유라시아 대륙의 주된 축 (민족의 이동, 문명의 전파의 축) 은 동서로 같은 위도상에 위치하기 때문에 환경적인 제한이 덜하지만, 아프리카나 남북아메리카의 경우 주된 축이 남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문명의 전파에 환경적인 장벽이 크다는 점.

농경을 먼저 시작한 문명은 정주형 주거를 하기 시작하면서, 병원균이 인간과 인간, 인간과 가축 사이에서 진화하기 시작하고, 먼저 농경과 가축을 키운 문명은 병원균의 진화로 인해 신대륙에 구대륙 사람이 진출 했을 때 그들이 옮긴 병 때문에 원주민의 대부분이 몰살 당하는 극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

등등
책에서 말하고 있는 사례나 문명의 불평등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추론들은 정말 흥미진진하고, 유익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지구의 환경이 지금과 달랐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 될 지 혼자 상상하기도 하고, 우리 지구가 생겨먹은 모양 때문에 현대의 여러 민족들이 처한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또 약간이나마 가지고 있었던 인종 차별적인 관점에 대해서 반성하고 달리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면, '인종간의 지능의 차이가 있다. 그래서 민족간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런 인종 차별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과 논쟁을 벌인다면 논리적으로 그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 박사는 각국의 언어에 능통하고, 인류학 뿐 아니라, 진화생물학, 조류학, 생물지리학 등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에다가 책을 재미나게 쓰는 능력도 가지고 계셔서 그런지 절로 존경심이 듭니다.
이 책 이외에 여러 저서들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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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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