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의 재발견

독서 소감 2009. 5. 16. 15:19
성격의 재발견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부글북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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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MBTI로 알려진 성격 유형 지표에 대한 책입니다. MBTI의 창시자가 직접 썼기 때문에 여기저기 떠도는 요약본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해설이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의 성격과 심리 기제를 분석한 책이라 추상적인 단어가 많은 탓인지 일부 챕터는 읽기 어려운 느낌이지만 그런대로 소화는 가능합니다. :)

널리 알려진대로, MBTI에서는 사람들의 성격을 4가지 특징으로 분류합니다.
내향적[I]-외향적[E]
직관적[N]-감각적[S] (이 둘을 인식 특성이라 합니다)
사고적[T]-감정적[F] (이 둘을 판단 특성이라 합니다)
판단적[J]-인식적[P] (외부 세계를 다루는데 직관/감각을 사용하는가, 사고/감정을 사용하는가)

실제로 사람의 성격을 결정짓는 특징들은 더 많을 수 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16가지의 구체적이고 (게다가 통계적으로 입증된) 분류가 가능하다는 점이 포인트겠죠.

각 성격특징을 여기서 전부 소개하는건 그저 내용 요약이 될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하고,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만 좀 얘기해보겠습니다.

 사고형인 사람은 논리와 합리적인 판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반대 유형인 감정형은 온화한 관계, 누구도 상처입지 않을 수 있는 방침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사고형과 감정형의 사람 둘이서 대화를 하게 되면, 오직 논리에 입각한 사고형의 주장과 표현방식에 감정형은 전혀 감정적으로 배려를 받지 못하다고 느껴서 기분이 상해 오히려 화를 내거나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대화가 올바른 결론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둘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그 진행 방식에 있어서 중대한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만약 대화중 상대방이 잘못된 의견을 제시한다면 감정형은 이렇게 반응할 겁니다. '어떤 면에서는 네 말도 맞다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보는 게 좀더 나을 것 같아.'
사고형이라면 아마 이럴 겁니다. '네 얘기는 지금 이것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야. 이 상황엔 이렇게 하는 게 맞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전자의 말투가 좀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분은 감정형일 가능성이 높고, 후자의 말투가 간결하고 적절하다고 생각되시는 분은 사고형일 겁니다. 아마도요.)

만약 사고형과 감정형이 서로 친구가 되거나, 아예 연애나 결혼을 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 그건 개인의 성격적 성숙함에 달려 있을 겁니다. 자신과 다른 상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지요. 우리는 이미 살아오면서 세상엔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고 부드러운 화법을 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상대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다음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겁니다.

자신이 감정형이라면, 사고형의 사무적이고 논리적인 말투가 내 의견 뿐만이 아니라 내 자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자신을 비난할 의도가 아님을 이해하고 그것이 상대의 성격적 특성임을 인지하여 불필요하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도록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신이 사고형이라면, 자신의 화법에 어째서 감정형이 때때로 화내거나 의기소침해지는지를 이해하고 직설적인 말투가 감정형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과 사고는 서로 대립되는 특성이지만 결코 상호간 우열 관계는 없습니다. 다른 모든 특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향-외향조차도요). 사고형과 감정형은 같은 일을 처리할 때 작용하는 방식이 다른 것 뿐입니다. 통계상 로스쿨 학생은 대부분이 사고형이며, 반대로 상담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은 감정형 비율이 높습니다. (감정형이 판결을 내리고 사고형이 누군가를 상담하면 어떻게 될까요. 판결은 인정에 흔들리고 우울증인 피상담자는 오히려 악화될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잘 해낼 수도 있습니다. 대신 그 일에 알맞는 성격 특성을 스스로 개발해야겠지요.)

내향형과 외향형을 설명하는 장군-보좌관의 비유도 흥미롭습니다. 외향형은 장군이 막사 밖에서 직접 바깥일을 처리하고 내면의 일은 막사 안에 있는 보좌관에게 맡깁니다. 반대로 내향형은 장군이 막사 안에서 중요한 내면의 일에 골몰하는 동안 막사 밖의 보좌관이 바깥의 귀찮은 일들을 전담합니다. 누가 장군이고 누가 보좌관을 맡고 있는지는 4개의 특성 중 마지막 것인 판단적/인식적[J/P] 분류에 해당합니다.
이것은 외부 세계를 다루는 방식의 선호를 나타내는데 판단 유형은 인식(사고나 감정)을 보조 정신작용으로 삼습니다. 인식 유형은 판단(직관이나 감각)을 보조 정신작용으로 삼습니다. (내향형의 경우는 반대로, 판단유형이면 판단이 보조, 인식유형이면 인식이 보조.)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자신의 보좌관, 즉 보조 정신작용을 적절한 수준으로 개발하지 않는다면 그 성격은 균형을 잃게 됩니다. 외향적인 사람이 내면을 팽개쳐둔다면 겉만 요란한 실속이 없는 사람이 되고, 내향적인 사람이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외면한다면 자신의 내면 세계에서 이루어낸 결실을 세상과 공유할 수 없어서 스스로 비실용적인 존재가 됩니다.

이 책에서 쭉 관철하고 있는 관점이 '어떤 성격 유형도 이상하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흔히 '내성적이다'라는 말을 부정적인 느낌으로 사용하지만 , 원래는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저마다 장단이 있다는 것이죠.  내향적인 사람은 보조 정신작용을 개발해서 외부 세계와 적절한 수준의 상호작용을 이루어내야하고, 외향적인 사람 역시 자신의 내면과 사유를 다룰 보조 정신작용을 개발해야 성숙한 성격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대학 새내기 시절 MBTI 검사를 받았을 땐 단순히 진로를 위한 적성검사인가라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고나서 MBTI를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창안한 사람은 인간의 성격을 파악함으로써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에서 보태야할 점을 알게 하고, 자신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원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제가 감정형이라는 것과 주변사람들이 주로 사고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꽤 난감함을 느꼈습니다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적절하게 대처해야지요.

ps. 성격 유형은 아주 갓난아이가 세상과 자신을 인지하기 시작할 때부터 여러 요인들에 의해 각자 선호하는 방식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유전 같은게 아닙니다.) 따라서 부모는 자신들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유형의 자녀를 가질 수도 있고, 부모가 아이의 성격특징 선호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이는 자신의 방식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에 건강한 성격 발달이 더뎌질 수 있다고 하네요. 어쨌건 육아도 인간관계라서 그런지..ㅎㅎ 흥미롭지 않나요?
(그러고보니 저는 왜 총각 주제에 육아에 관심이 많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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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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