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의 비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요슈타인 가아더 (현암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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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슈타인 가아더? 왠지 익숙한 이름이다 싶더니 소피의 세계 작가였더군요.
이 책도 철학을 주제로 한 소설입니다. 철학이라고는 하지만 어렵지 않고 매우매우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생에 대한 거죠. 전 철학 잘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삶과 세계에 대한 탐구가 바로 철학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부터 스포일러스러운 잡문이 시작되므로 이 책을 '소설'로 읽을 분은 주의하세요.)

이 책의 주재(오타아님니다)는 트럼프 카드인데 '사람이란 곧 신이 만든 트럼프 카드'라는 비유를 듭니다. 52종의 무늬 카드와 한 장의 조커로 이루어진 카드 한 벌이죠. 만약 당신이 이 53장의 카드 중 한 장이라면 어떤 카드이고 싶은가요.

극중에서 무늬 카드 난쟁이들은 의식이 흐립니다. 자아에 대한 자각도 부족하고, 세계에 대한 인지 역시 미미합니다. 아무 생각이 없이 사는 거죠. 그저 매일 하던 일을 하고, 환경에 단순히 반응할 뿐이죠. 비록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일반 동식물들과 다름이 없습니다.

난쟁이 중에는 오로지 조커만이 주체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입니다. 스스로 문제를 떠올리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존재이지요. 지능 위에 덧붙여 지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조커는 곧 뭇짐승들과 구별되는 인간을 비유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진정 조커다운 삶을 살고 있을까요? 소설이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하지만 세상에 길들여져 갈수록 사람들은 자기의 본질에 대한 의식을 점차 잃어버리게 됩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 치이거나, 혹은 유희나 말초적인 자극에 길들여져 본의 아니게도 흐릿한 존재가 되는 거죠. 게다가 사방에서 유혹적인 떡밥으로 무장한 대중 매체가 사람들을 혼란시켜 주머니를 털려고 갖은 수를 씁니다.

나날을 그저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생활을 이어갈 뿐이라면, 존엄한 인간일지라도 사회라 이름 붙여진 먹이 사슬 속의 한 개체일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겠지요. 진정 우리,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요? 대우주의 의지가 도대체 뭣때문에 우리를 지금 여기에 던져둔 거죠? 누가 답할 수 있겠습니까. 애초에 우리에게 부여된 의미를 알 길이 없다면 대신 좀 다른 것을 고민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자신의 시간을 어떤 의미로 채워나가야 좋을지 화장실에 만화책을 안들고 갔을 때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유익할 것 같습니다. 막연하지만 반대로 마음대로 정해버려도 대우주가 투덜대지는 않을테니 이건 참 나이스하군요. (ㄲㄲ)

제가 주절대는 문장에 비하면, 작가가 말하는 결론은 참으로 온화하고 아름답게 가슴에 와닿습니다.

우리는 모두 고유한 존재로서 지구상에 태어났다. 무늬 카드가 되지 말자. 자신이 처음부터 조커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자.

넵, 조커가 됩시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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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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