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밤'은,

독서 소감 2009. 4. 6. 23:04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상세보기

나에겐 '밤의 이미지'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내가 떠올리는 '밤'은 부드럽고 포근하고 고요한 이미지에요, 어떤 사람들은 외로운 시간이라고 하죠. 아마도 밤은 '혼자'라는걸 가장 쉽게 깨닫게 해주기 때문에 고독을 떠올리게 만드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내가 겪었던 '밤'들은 힘들고 괴로운 일들로부터 단절시키고 오직 '나' 자신만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어요.

몇년 전,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시간엔 이불속에 숨어 웅크리고, 그들이 모두 잠드는 밤에야 슬그머니 세상을 바라보던 시간을 보낸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마 이 이야기속의 주인공을 알았더라면 조금은 다르게 그 '밤'들을 보냈을텐데-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이 책속의 '여자'는 세상에 갓 걸음을 디딘 대학신입생이에요. 그녀는 어떤 작은 자신의 소망을 위해 밤길을 순례하기 시작하죠, 그녀는 매혹적인 어른의 세계에 홀로 나서보자고 결심해요-그녀는 '술'과 눈부신 어른의 세계를 찾아 나서죠.

그녀가 겪는 밤은 즐겁고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동화를 떠올리게 만들어요.

처음 책의 제목을 접하고 단순히 개인적인 '밤의 이미지'만을 떠올리며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모두 읽고나니 생각과는 다른 '밤의 이야기'더군요.

마지막장을 덮은 후,
밤은-짧아-걸어 아가씨야

청춘은-짧아-모험을해
라는 의미라고 생각했어요.

책속의 그녀는 나쁘게 해석할 수 있는 일들을 바보라고 여겨질만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죠. 비상식적이라고 비웃어 넘길수도 있어요, 하지만 원래 다 시간이 지나고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다음의 한 걸음을 망설였던 스스로를 토닥토닥 다스려주는 한마디가 되었어요. '걸어 아가씨야'라고 그 밤에 누군가 내게 말해주었더라면 아마 난 조금 더 빨리 어둠속에서 나왔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그녀는 책속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죠-

예를 들어 내가 오랫동안 찾던 책과 만나는 일. 혹은 길을 걸으며 생각했던 책이 때마침 눈앞에 나타나는 일. 내용도 보지 않고 사 온 서로 다른 책들 속에 같은 사건이나 인물이 나오는 일. 또는 옛날에 내가 샀던 책이 헌책방을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일.
이만큼 많은 책들이 사고 팔리면서 세상을 돌아다니니 그런 우연이 생기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아니, 우리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건 복잡하게 얽힌 인과의 끈을 못봐서 하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책을 둘러싼 우연에 마주쳤을 때 실로 나는 운명 같은 뭔가를 느낍니다. 나는 그걸 믿고 싶은 사람입니다.

지나간 모든일들은 우연이 아닌, 앞으로의 운명을 엮어가는 인과의 끈이라고 말이에요.
덕분에 한걸음 모자란, 혹은 한걸음 나아간것이 아닌 지금 여기의 내가 있는거죠.







당신에게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밤이 주어진다면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가요?
 










중고등학교 독후감 숙제 이후로 처음쓰는 글이네요, 
책의 줄거리야 다른분들이 더 똑똑히 잘 써주시니 제 개인적인 느낌만 적었어요^^

덤으로-
 제가 '밤의 이미지'를 가장 인상깊게 느낀 책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티티새'였구요,
이 책과는 조금 다르지만 현실과 뒤섞인 판타지를 가진 책은 온다리쿠의 도노코 시리즈가 떠오르네요-








'독서 소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줄어드는 남자  (6) 2009.04.24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9) 2009.04.14
생각의 탄생  (6) 2009.04.06
생각의 탄생  (4) 2009.04.05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1) 2009.03.0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