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본 순간 별 고민 없이 집어들었습니다. 군대에서 우연히 읽었던 '과학 콘서트'의 정재승씨와, '미학 오디세이'(또는 이런저런 논쟁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진중권씨가 동일한 것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한다니. 주제들도 안젤리나 졸리, 쌍꺼풀 수술같이 금방이라도 흥미가 가는 것들과 스티브 잡스, 구글, 위키피디아 등 IT업계인이라면 관심이 갈 만한 것은 물론, 스타벅스와 개그콘서트 같이 우리 가까이 있는 것들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구입하고 나서야 최근 앱스토어에서 구입해서 읽던 '정재승의 도전무한지식'이 떠올라서 조금 불안해졌습니다.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 이야기들이라서 초반에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을수록 깊이는 커녕 잡학사전같은 느낌이 들었고, 나중에는 퇴근길에 할 것이 없을 대 읽으려고 좀 남겨 두었습니다. 

 읽어보니 불안은 절반 쯤 들어맞았습니다만,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마침 지루하던 이머전스를 내팽개쳐 두고 순식간에 다 읽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운 지적 경험이었습니다. 스타벅스의 이야기에서는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미학적 관점과 초록색 로고를 볼 때의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신경과학이 크로스됩니다. 이런 걸 보여주려고 책이 나왔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주제가 좀 엇나간 듯한 듯한 글이 종종 있습니다. 진중권씨 혼자 쓴 책이라면 대략 문화비평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정재승씨의 글은 과학자의 시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재승씨의 글에서 인문학적인 시각이 나오고 진중권씨의 글에서 물리학 이야기가 나오는 '역 크로스' 때에는 조금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정재승씨는 '과학자'임을 거듭 언급하며 글을 전개하지만, '과학 콘서트'에서의 지적 자극은 찾기 힘들고, '도전무한지식'의 상식만 있었습니다. 저자 소개에 있는 '과학 천재이자 글쓰기의 천재'라는 말 때문에 이렇게까지 마음이 비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서점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쳤다면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법 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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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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