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곳에 동시에 올리는 글입니다
(
http://alankang.tistory.com/266)

독후감 비슷하게 짧은 게임 감상문 같은 것을 간간히 써보려고 합니다. 이름하여 “게임 후 감상문”. 근데 게임은 “후”라는게 좀 의미가 적으니 “게임  감상문”으로 하죠. “독후감”처럼 세 글자로 줄이면 “겜중감”.

(One Minute, Go! 하앍)


비주얼드(Bejeweled)는 워낙 유명하고 오래된 게임이라서 소개는 생략하고, 그냥 제가 생각하는 바를 주절주절 적어보려고 합니다. 특히 비주얼드 블리츠(Blitz) 모드에 대해. 일부는 비주얼드 전반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일부는 블리츠 모드에만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글은 처음이라 어설픕니다. 다양한 의견 주세요.


1. 간단한 규칙

우선 뻔히 눈에 보이는 당연한 얘기부터 시작해보죠.

일단 비주얼드는 게임 규칙이 워낙 간단해서(같은 색깔 세 개 이상 맞추기), 순식간에 게임을 익힐 수 있습니다. 부가적인 규칙과 전략들이 있지만(flame gem, star gem, hypercube, multiplier, speed bonus, blazing speed) 처음에는 “세 개 맞추면 지워진다”만 알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초기 학습에 소요되는 시간은 5초에서 10초 사이.


2. 화려한 그래픽/사운드 효과

5초에서 10초만에 게임을 익힌 후에는 “즐길” 차례인데요, 이런 류의 퍼즐 게임이라는 것이 대체로 어느 정도 숙달되기 전에는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죠. 하지만 비주얼드는 1) 화려한 보석이라는 컨셉, 팡팡 터지는 그래픽 효과와 강렬한 사운드 등이 즉각적인 시각적/청각적 보상을 제공합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1) 5~10초만에 배워서 2) 바로 즐겁게 놀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 1,2번이 제일 기본 중 기본일테지만 또 한편으로 제일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겠지요)


3. 터치스크린을 위한 배려

(이 부분은 아이폰/아이팟터치용 비주얼드에 대한 내용입니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콘솔용 FPS에는 조준 지원 기능(aim assist)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마우스가 아닌 게임패드로 빠른 360도 회전과 세밀한 조준(이를테면 해드샷)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게임이 적당한 수준으로 컨트롤을 지원해주는거죠.

아이폰/아이팟의 터치스크린도 이와 유사한 제약이 있습니다. 정전식 패널이라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점. 비주얼드는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콘솔 FPS의 조준 지원과 유사한 트릭을 구현하였습니다. 이름을 뭘로 할지 딱히 모르겠어서 서술식으로 쓰자면 “게이머의 의도를 파악하여 자동으로 터치 지점을 보정해주는 기능”입니다. 정확히 터치하지 않고 대충 근처만 터치하면 알아서 올바른 – 즉, 옮기면 지워질 수 있는 – 보석을 터치한 것으로 인식합니다.

상기 2번(화려한 그래픽/사운드 효과)이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기 위한 장치라면 3번은 “즉각적인 짜증”을 제거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게임 규칙도 알겠고, 그림도 예쁘고, 소리도 좋은데 컨트롤이 내 뜻대로 안되면 상당히 짜증이 나죠.


4. 쉽게 배웠으나 마스터하기는 어렵다

쉽게 배울 수 있지만 마스터하려면 오랜 시간 꾸준히 연습해야합니다. 국내에서는 넥슨의 캐주얼 게임류(카트라이더, BNB 등)가 이걸 아주 잘 하고 있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비주얼드는 5~10초면 게임을 즐길만큼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다보면 추가적인 규칙을 발견하게 되고, 이에 따라 전략도 생기게 됩니다.

한편, 규칙과 전략을 발견하는 것은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를 빠르게 적용하는 일은 의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오랜 시간 꾸준히 하다보면 “눈이 빨라진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쉽게 말해 무의식적인 숙련도(mastery)가 올라가는거죠. 참고로 저는 처음에는 10만점 수준이었으나 몇 달이 지난 최근에는 56만점을 찍었고, 제 지인 중엔 60만점을 찍은 사람이 셋이나 있습니다. 중독의 끝은 어디일지. ㅎㅎ

“쉽게 배울 수 있다”에서만 끝나는 게임은 처음에 잠깐 재미있을 수 있지만 쉽게 질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게임의 플레이타임을 늘리려면 컨텐츠를 왕창 때려박거나(MMORPG류), 반복플레이 요소를 넣거나(replayability - MMO를 비롯한 다양한 RPG, 다양한 액션 장르 등), 절차적 생성(procedural generation)을 적용하거나 하는 뭔가의 장치가 필요합니다. 비주얼드의 경우 1차적으로는 의식적인 규칙과 전략의 발견, 2차적으로는 무의식적인 숙련도 향상이라는 장치로 게이머를 붙잡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들 - 운(chance)과 소셜 랭킹 - 이 있는데 잠시 후에 설명하겠습니다.


5. 운빨

위에서 비주얼드를 잘 하기 위해 규칙과 전략과 숙련도를 이야기하였는데 가장 중요한 하나가 빠져있습니다. 바로 “운”입니다.

테트리스, 뿌요뿌요, 오델로, 오목 등 다른 퍼즐/보드 게임류에 비해 비주얼드는 운의 영향이 매우 강합니다. 점수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에 대해 게이머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1) 초기에 보석이 어떻게 배치될 것인지, 2) 빈 자리에 어떤 보석이 떨어질 것인지에 따라 게임의 점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이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테트리스나 뿌요뿌요는 처음 화면이 빈 상태로 시작한다는 점, 다음 혹은 다다음에 어떤 블록이 나올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운의 영향이 크게 줄어듭니다)

운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두 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반복플레이, 둘째는 희망고문.

위 4번에서 게임의 플레이타임을 증대시키는 요소로 의식적/무의식적 숙련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일주일 하면 질릴 게임을 일 년 하게 만드는 요소가 “숙련”이라면, 하루에 10번 할 게임을 100번하게 만드는 요소는 바로 운빨입니다(또 다른 요소로 1분 제약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잠시 후에). 이게 무슨 뜻인지는 로또 비유로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사기.

비주얼드에서 운 좋은 판을 얻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하기.

“희망고문” 요소에 대해서는 아래 섹션에서 쓰겠습니다.


5. 희망고문 - 실력과 운의 절묘한 조합

위 3번에서는 실력(의식적/무의식적)에 대해 설명했고 4번에서는 운에 대해 설명했는데, 정말 중요한 트릭은 실력과 운의 절묘한 조합에 있습니다.

운의 요소가 과하게 부족하면 잘하는 사람은 맨날 높은 점수 나오고, 못하는 사람은 맨날 낮은 점수가 나오니 재미가 없습니다. 운의 요소가 너무 과하게 높으면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구분이 없어지므로 또 재미가 없습니다.

비주얼드는 실력과 운의 절묘한 조합에 의해 점수가 계산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점수의 기준선(baseline?)은 실력(의식적/무의식적 숙련)에 의해 정해지는 한편 운에 따라 기준선으로부터의 편차가 매우 커지도록 만들어져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보죠:

1) 초기에 얼마나 보석들이 잘 배치되어 나오는지는 운에 의해 결정됩니다. 2) 이 상태에서 얼마나 빠르게, 효과적으로 보석을 찾아서 제거하는지는 실력에 의해 결정됩니다. 3) 한편, 지워진 보석의 빈 자리를 채우는 새 보석들이 어떻게 배치되는지는 다시 운에 의해 결정됩니다. 4) Speed bonus나 Blazing speed mode 등은 운보다 실력이 크게 작용합니다. 5) Flame Gem, Star Gem, Hypercude, Multiplier 등은 간혹 운에 의해서도 얻어질 수 있는데 이 중 Multiplier를 게임의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Flame Gem Star Gem Speed Bonus Multiplier Gem Hyper Gem

(왼쪽부터 Flame Gem, Star Gem, Speed Bonus, Multipler Gem, Hypercude)

실력에 의한 기준선이 20만점이고 운에 의한 편차가 15만점이라고 치면, 이 사람은 대체로 20만점 수준이지만 어쩌다 운이 좋으면 35만점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해당 주(week)에는 평소에 이기지 못했던 몇몇 친구들을 이길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이 사람이 운이 아무리 좋아도 현재 실력으로 40만점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랭킹의 의미는 여전히 존재하는거죠.


6. 소셜 랭킹

위 4번에서 게임의 플레이타임을 늘리고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요소로 운과 소셜 랭킹을 언급했었죠. 운에 대해서는 설명했으니 이번에는 소셜 랭킹에 대해 설명할 차례입니다(마침 직전 단락에서 랭킹 얘기가 나오기도 했고요).

비주얼드 블리츠는 Facebook Connect를 이용하여 소셜 랭킹을 보여줍니다. 소셜 랭킹이란 전 세계의 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랭킹이 아닌, 나의 친구들(중에서 비주얼드를 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랭킹을 말합니다.

소셜 랭킹은 일반적인 랭킹에 비해 두 가지 중요한 차이를 갖습니다.

첫째, 내가 항상 유의미한 순위에 들 수 있습니다. Facebook 친구 중 비주얼드를 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랭킹이 구성되기 때문에 경쟁자의 수가 적죠. 그래서 일반적인 랭킹으로는 103,436 등일지라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12등일 수 있습니다. 대체로 103,436등은 거의 아무 의미가 없는 등수지만 12등이라면 10등 안에 들겠어, 5등 안에 들겠어 하는 식으로 충분히 동기부여가 가능하죠.

둘째, 랭커들이 모두 내 지인입니다. 상위 랭커가 아니라면 내 위에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있건 말건 별 상관이 없습니다. 혹은 내 밑에서 누가 치고 올라오건 말건 별로 중요치 않죠. 하지만, 내 위에 있는 사람이 내 친구라면? 내 친구가 내 밑에서 열심히 치고 올라오고 있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누가 몇 등인지, 내 순위는 그대로 있는지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거죠.

셋째, 게임을 “끊었다가도”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흔히 비주얼드를 “사이버 마약”이라고들 하죠.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다보니 담배처럼, “비주얼드를 끊는다”고 선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저는 50만점 넘기면 끊겠다고 했는데 56만점 찍고도 계속 하고 있으니 이제 손가락을 잘라야…). 그런데 비주얼드를 끊는게 쉬운 일이 아닌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소셜 랭킹”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거죠. “호랑이 없는 굴에서 설치는 여우꼴 못보겠다, 내가 다시 나서줘야하나….” 바로 이탈을 방지하는 요소입니다.

MMORPG의 경우 게임에 어지간히 빠지지 않는 한, 지인들이 접속 좀 하라고 연락하거나 하는 일이 없습니다(예쁜 여자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습니다만). 하지만 비주얼드는 내가 게임을 안해도 주변 친구들(어 그러니깐 Facebook 친구들, 에 그러니깐 회사 동료들, 에 그러니까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자꾸 얘기를 하고 점수를 보여주고 하기 때문에 그 중독의 마수가 오프라인에까지 미친다는 것.

소셜 랭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이 사진을 봅시다. 랭킹을 올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거죠 ㅎㅎㅎㅎ

비주얼드 불법(?) 3인 팟의 현장. 
모자이크 처리 하려 했으나 별로 보이지도 않으니 원판으로. 
(님들 하이염 ㅋㅋ)

조금 다른 얘기지만, 위 사진을 보면 iPad로 뭔 종류의 게임/앱을 만들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가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 점수판이 언제 노출되는가 또한 중요합니다. 아이폰의 비주얼드 블리츠의 경우 블리츠 메뉴 선택하면 일단 플레이 전에 랭킹이 나옵니다. 또 플레이 끝나고 Quit 을 눌러도 초기 화면으로 안가고 점수판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니까, 시작할 때 한번 보고 끝날 때 또 한번 보라는거죠.

점수판이라는 것은 자고로 어디에 숨어 있으면 그 의미가 적어집니다. 잘 보이는 곳에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어야 그만큼 나의 점수도 중요해지는 것. (게임 UI와 게임 Mechanic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또 하나의 사례. 거창하게 Dead Space 같은 것 사례로 들 필요도 없습니다)


5. 매주 초기화되는 점수판

여기에 더하여 사람을 더욱 미치게 만드는 요소가 있으니, 그건 바로 매주 수요일에 초기화되는 점수판입니다. 옛날 오락실 마냥, 1등 찍어놔도 하루 지나면 주인 아저씨가 오락기를 껐다 켜기 때문에 리셋이 되니까 다시 또 1등 찍으러 출근(…)하는 바로 그 느낌인거죠.

근데 이게 또 분석을 해보면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과 엮여 있습니다.

첫째, 이번주에 일 등 못했어도 다음주엔 희망이 있습니다. 혹은 이번주 점수가 쪽팔려도 다음주면 만회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비주얼드는 운에 의한 점수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두 가지 조건이 만족되면(즉 상대방의 운이 안좋고 나의 운이 좋으면) 상위에 랭크될 수 있습니다.

둘째, 내가 더 잘한다는 막연한 느낌. 최고 점수로 치면 내가 갑돌이보다 점수가 높은데, 이번주에는 갑돌이가 날 이겼다면? 그건 갑돌이가 운이 좋은거죠. 제가 운이 나쁘거나. 반대로, 최고 점수는 갑돌이가 높지만 이번주에는 내가 갑돌이를 이겼다면? 그건 그냥 내가 이긴거죠. 갑돌이가 최고 점수를 냈던 그 주에 운이 좋았던 것이고 이게 원래 실력.

문제는 나 뿐만 아니라 갑돌이도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순위” 개념이 모호해지고, 서로가 상대방보다 잘한다고 (은근히) 생각하게 됩니다. 순위가 모호해지면 일어나는 전형적인 사회적 현상이 있죠.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서열이 모호할 때 경쟁이 치열해지고 서열이가 정해지면 사회가 안정되는 현상은 인간 뿐 아니라 영장류 전반에, 영장류 뿐만 아니라 포유류 사이에서 대체로, 뿐만 아니라 일부 조류(닭 등)에서도 발견되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비주얼드처럼 순위 개념이 모호해지게 만들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결과로 중독자가 양산되는 것.


6. 비동기/간접 경쟁

경쟁 얘기가 나왔으니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바둑, 오목, 테트리스, 오델로 등과 비주얼드의 차이점은 바로 비동기적인 경쟁, 간접적인 경쟁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우선 비동기 경쟁의 측면을 봅시다. 쉽게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내가 생각하기에 갑돌이가 나보다 바둑을 못 두는게 확실한데 마지막에 갑돌이가 운이 좋아서 한 번 이겨놓고는 날 슬슬 피한단 말이죠. 자꾸 따라다니면서 한 판 붙자고 자극을 하고 도발을 걸어도 안걸린단 말입니다. 밤에 잠이 안오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한편 비주얼드는? 갑돌이를 이기기 위해 갑돌이가 지금 내 앞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갑돌이가 자고 있어도 나는 갑돌이와 경쟁을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간접 경쟁.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책(Gender Inclusive Game Design 등)을 봐도 그렇고, 여성 게이머들은 대체로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때려눕히고 올라서는 그런 게임에 부담을 느낀다고 합니다. 인용을 해보자면:

The male desire for direct competition and binary outcome is reflected in basic human social patterns. (...) While this method for resolving conflict is particularly male, research shows that women will typically choose to approach a conflict situation in a very different manner. When faced with a conflict, females will choose negotiation, diplomacy, and compromise over direct confrontation. --p43

직접적인 경쟁이 아닌 간접적인 경쟁이라는 측면과 더불어 서두에서 언급한 시각적/청각적 보상이라는 측면 등이 모두 여성 게이머를 끌어당기는 요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7. 1분 제약

마지막입니다. 하루 10번 할 게임을 100번하게 만드는 요소의 하나로 “운(시도 횟수가 늘면 높은 점수를 딸 확률도 높아진다)”을 이야기했는데, 다른 하나는 1분 제약이라는 요소입니다.

극단적인 사례로 일반적인 MMORPG와 비교해봅시다. MMORPG를 하려면 대체로 약속을 잡고 시간을 비워놔야 합니다. “오늘은 게임 했어”라고 얘기하려면 적어도 3시간에서 6시간 정도는 소요되지요.

반면 비주얼드는 (블리츠 모드의 경우) 말 그대로 1분이면 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폰/아이팟터치 등 핸드헬드 기기가 있다면 어디서나 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이 두가지가 합쳐지면? 시도 때도 없이 하는겁니다. 버스 기다릴 때, 엘리베이터에서, 화장실에서, 회의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 기다리며, 자기 전에,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기 전에, 밥 먹고 나서, 쉬는 시간에….

게다가 여기에 소셜 랭킹 등의 요소가 합쳐지면:

“저 깜도 안되는 놈이 내 위에 있군. 딱 열 판, 10분만 해서 밟아줘야지. (2시간 후) 오늘은 운빨이 잘 안터지는군. 딱 열 판만 더 해볼까….”


8. 동시 조작

rath님 및 익명의 제보자님(ㅎㅎ) 의견을 듣고 추가합니다.

비주얼드 블리츠 모드의 특성 중 하나는 블럭이 떨어지는 도중에, 혹은 한 손가락으로 블럭을 이동시키는 도중에 다른 손가락으로 다른 블럭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동시 터치는 대놓고 두 손가락으로 누르면 안되고, 아주 빠르게 약간의 시차를 두고 조작하면 두 블럭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게임 중 NDS용 주키퍼도 이런 조작을 허용하고 있어서 주키퍼를 하다가 비주얼드를 하면 좀 답답한 느낌이 있었는데 비주얼드 블리츠에서는 이걸 허용하고 있습니다.게다가 더 발전시켰죠.

두 가지 의미가 있겠습니다.

첫째, (rath님이 지적하신대로) 숙련자에게 또 다른 도전꺼리를 만들어줍니다. 댓글을 인용하자면:

그런데 저처럼 비주얼드 8년넘게 한 사람은 판 뜨면 뭐뭐 없애야하는지 안찾습니다. 어차피 다 보이는거고, 어느 방향으로 어느 순서대로 해야하는지가 중요해집니다. 그런데 블리츠는 "연속무브"를 제공해요! 패턴 인식률이 극에 달한 게이머가 그 다음 학습해야할 부분을 제공하는거지요. 연속무브 덕에 아주 빠르게 어떤 보석들을 움직이면 느리게 오퍼레이션 했을 때 절대로 불가능했던 패턴을 구현할 수 있는건데.. 이게 미지의 세계를 열어주지요. 어차피 1분이니 후다닥 빠르게만 하면 되는 게 아닌.. 하나의 예술 ㅎㅎ 

둘째, 위의 화면에서처럼 여럿이서 즐기기가 수월해집니다(이건 아마도... 의도된 기획이라기보다 부수효과가 아닐까 하고 막연히 추측을 해봅니다). 이 두번째 특성 같은 경우, iPad나 Surface 등 넓은 화면의 멀티터치 패널 기기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9. 결론 및 부연

1) 퍼즐게임 우습게 보지 맙시다. 우습게 보인다고 우습게 만들면 우습게 됩니다. 비주얼드 짝퉁을 만들려면 겉모습만 베낄 것이 아니라 그 밑에 숨어있는 로직을 파악하여야. (제대로 베끼기 -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Fitts' Law)

2) 좋다는거 다 때려넣으면 게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엮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다는거 다 때려넣어서 무조건 대박나면 이렇게 만들겠죠:

WoW 같은 종륜데, 퀘스트를 받았더니 내용이 '아무개가 비주얼드를 못해서 결혼을 못하니 점수 좀 올려주세요'라서 게임 내에서 비주얼드 미니게임을 하는데, 이게 같은 색 세 개를 맞추면 보석이 그냥 터지는게 아니라 보석끼리 싸움을 하는 모드가 되어서 이제부터 FPS인데, 해드샷을 날리면 한 번에 터지는거지. 근데 해드샷을 날리면 머리가 그냥 터지는게 아니라 뇌가 까발려지면서 이제부터는 기능성 게임인거야...

그런 의미에서 비주얼드가 위에서 열거한 여러가지 요소들을 얼마나 서로에게 이롭도록 잘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기획 연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럴 때 System Dynamics 같은 것 활용하면 재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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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lan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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